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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국회가 처리한 AI 관련 입법을 모아 보니 그 속도가 새삼 놀랍습니다. 1월에 AI 기본법이 시행되고 공공 AI 법이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6월 9일에는 인허가 간소화와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를 담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여기에 지난 호에서 전해 드린 개인정보 원본의 AI 학습 활용을 허용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있고, 6월 29일에는 550조 원 규모의 '3대 메가프로젝트'까지 발표됐습니다.
정부는 AI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무엇을 검토했는가'입니다. 지금의 국회는 산업계가 요구한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는 거수기에 가깝습니다. 원본 데이터를 학습에 넣었을 때의 보안 위험은 누가 책임지는지, 고위험 AI에 사전 인권영향평가는 왜 의무화되지 않았는지,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부담과 환경 영향은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시민사회가 반복해 제기한 이 질문들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문제는 계속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AI 모델은 한 번 학습한 정보를 지울 수 없습니다. 학습된 내용은 수억에서 수천억 개의 가중치에 흩어져 저장되기 때문에, 특정 개인의 정보만 골라 덜어내는 일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데이터를 빼고 다시 학습시키려면 수백억 원과 수개월이 듭니다. 지웠다고 선언한 뒤에도 우회 프롬프트로 그 정보가 다시 튀어나오는 사례가 계속 보고됩니다. '잊힐 권리'가 AI 앞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혐오와 차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몇 달 사이 우리는 명동과 대림동의 혐중 집회, 고교야구 응원 구호에서 터져 나온 지역혐오와 5·18 조롱을 지켜봤습니다. AI 모델은 거울과 같습니다. 사람이 쓴 문서와 게시글을 학습하기에, 그 안에 쌓인 편견과 혐오를 통계적 패턴으로 익히고 때로는 증폭해 되돌려 줍니다. 지금 거의 모든 소셜미디어에 AI가 들어가 있어, 우리가 일명 '알고리즘'이라 부르는 것을 통해 혐오가 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법과 제도는 이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점검할지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습니다.
끝으로 노동입니다. AI가 상당 규모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은 더 이상 소수의 예측이 아닙니다. 그래서 세계에서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호에서 소개한 샌더스 상원의원의 AI 국부펀드법이 한쪽이라면, 반대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동에게 1,000달러의 시드머니를 지급해 성년까지 불리게 하는 '트럼프 계좌'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설계 철학은 정반대지만 향하는 질문은 같습니다. "기술이 만들어 낸 부를 어떻게 시민에게 되돌릴 것인가?" 우리는 어떻습니까. 수백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있지만 그 과실을 누가 가져가는지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습니다. 분배에 대한 논의가 함께 가지 않는다면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이는 심각한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번 호에는 두 편의 글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글은 앞서 말씀드린 '3대 메가프로젝트 '에서 출발합니다. 2035년까지 18.4GW, 원전 18기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전국에 들어섭니다. 7월 13일 136개 조직이 "개발 폭주를 멈춰라"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Media Justice가 펴낸 현장 조직가 안내서를 따라가며 지역의 사람과 단체를 잇는 법, 권력의 지도를 그려 결정권자를 찾는 법, 자본의 홍보에 맞서 우리의 서사를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 글은 시선을 바깥으로 옮깁니다. 7월 23일 EU가 구글에 디지털시장법 위반으로 8억 9천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자,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조사와 관세를 예고했습니다. 빅테크를 규제하려는 법이 곧바로 통상 갈등이 되는 시대입니다. EU의 디지털시장법과 디지털서비스법이 무엇인지, 미국은 왜 이를 무역장벽이라 부르는지 짚은 뒤, 플랫폼 규제와 데이터 국경 간 이전이 이미 명시된 한미 합의문 앞에서 우리는 어떤 법을 설계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두 글은 멀어 보이지만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지역의 땅과 물과 전기를 누가 쓸 것인지, 시민의 데이터를 누가 관리할 것인지. 결정의 자리에 시민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입니다. 읽어 보시고 여러분의 의견도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8월에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