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reen Geek 구독자 여러분.
이번 7월, 세계 인공지능 연구의 시선이 서울로 모였습니다. 7월 6일부터 11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제43회
국제머신러닝학회(ICML 2026)는 NeurIPS, ICLR과 함께 머신러닝 분야 3대 학회로 꼽히는 최고 권위의 학술 대회입니다. 이 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은, 국제사회가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바라보는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올해 대회에는 사상 최다인 2만 3천여 편의 논문이 제출되었고, AI 에이전트의 안전성과 자율성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Green Geek은 이번 호에 ICML에서 열린 여러 워크숍 가운데 하나를 골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가 한국의 기술력에 주목하는 지금, 정작 우리는 과학기술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돈벌이 수단'이라는 좁은 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 바로 지난 5월 14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이른바 'AI 특례법'입니다. 이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기업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익명화하지 않은 '원본' 상태로 AI 모델 학습에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AI 모델의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AI 모델은 한 번 학습한 내용을 사실상 삭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즉, 나의 쇼핑 내역과 진료 기록, 얼굴과 음성이 익명 처리도 되지 않은 채 학습되고, 그렇게 학습된 내 정보가 해당 모델을 쓰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의 영구적으로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개인정보를 반드시 익명화해 학습에 사용하도록 해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의 개인정보를 기업에 넘겨주는 선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자본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손에 쥐고 시민을 영리 목적으로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에 여러 시민단체가 뜻을 모아 「개인정보 원본의 AI 활용을 허용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 반대에 관한 청원」을 올렸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정반대 방향의 흐름도 나타났습니다.
지난 6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발의한 'AI 국부펀드법(American AI Sovereign Wealth Fund Act)'입니다. 이 법안은 OpenAI, Anthropic 같은 주요 AI 기업 지분의 50%를 국부펀드에 강제로 귀속시키고, 그 수익 일부를 모든 시민에게 기본소득 형태로 지급하며, 나머지는 의료·교육·주거 같은 공공재에 투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급진적이어서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이 법안이 던지는 질문만큼은 진지하게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의 AI 모델은 인류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지식과 데이터를 아무런 대가 없이 학습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거기서 나온 이익이 인류 전체에게 다시 환원되는 구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또한 AI는 각 분야에 도입되는 순간 인간을 대신해 정보를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그 알고리즘과 적용 방식을 자본가와 소수의 기술 전문가에게만 맡겨 두어서는 안됩니다. 시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필요합니다.
앞서 두 이야기가 보여주듯, AI를 둘러싼 문제는 결국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모입니다. 녹색당 과학기술위원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함께 나누는 세미나를 어제 7월 5일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세미나 발제 내용은 정리하여 과기위 유튜브 채널에 올릴 예정이며, 그날 나눈 이야기들은 다음 호 뉴스레터에서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호에는 더운 날을 맞이하여 매년 여름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는 '에어컨', 폭염의 정치에 대한 칼럼을 함께 준비하였습니다. 함께 읽어봐주시고 여러분들의 의견도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과학과 기술은 '성장'이나 '수익'만으로 담아내기에는 그 파급력이 너무나 큽니다. Green Geek은 앞으로도 이 갈림길에서 함께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7월에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