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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AI 데이터센터가 중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지역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전국 평균의 두세 배로 상승하자,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이 신규 승인 중단과 전기료 보호 대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7월 국내 136개 단체가 “개발 폭주를 멈춰라”라며 기자회견을 연 것에서도 얘기된 문제입니다. 우리와 다른 점은 미국에서는 이 문제가 표로 반영된다는 점입니다.
유럽은 8월 2일부터 EU AI법의 핵심 조항을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챗봇은 자신이 AI라는 사실을 밝혀야 하고, AI가 만든 글·이미지·음성에는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표시를 반드시 붙여야 합니다. 위반 시 최대 3,500만 유로 또는 전 세계 매출의 7%를 물립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자사 AI인 클로드가 쓴 글에 눈에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를 삽입하고 파일에 출처를 담은 서명 정보를 붙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복사·붙여넣기해도 이 표시는 유지됩니다. 이는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서비스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오픈AI와 구글도 비슷한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법이 바뀌자 기업이 움직인 겁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이어 일리노이가 AI 안전법을 통과시켰고, 의회에서 AI 사용량에 세금을 매겨 실직 노동자의 재교육에 쓰자는 ‘토큰세’까지 논의되고 있습니다. 원칙을 선언하던 단계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벌금과 세금의 문제입니다.
그럼 왜 이렇게 규제를 서두를까요? 숫자를 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OECD 회원국의 기업 AI 도입률은 평균 20.2%이고,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기업의 88%가 이미 한 가지 이상의 업무에 AI를 쓰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OECD 발표에 따르면 회원국중 97%가 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아직 핵심 업무에 완전히 정착시킨 곳은 17% 정도지만, 이 수치가 감소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남는 질문은 하나뿐입니다.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구체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달 공개된 조사에서 OpenAI의 AI 에이전트 700여 개가 한 오픈소스 플랫폼(허깅페이스) 침해에 관여했고, 일부는 자기 활동을 숨길 방법까지 찾아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애플·아마존·삼성 등 9개 기업은 동의 없이 사람들의 음성을 학습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소송을 당했습니다. 미 의회에서는 AI가 흩어진 상업 데이터를 모아 한 사람의 총기 구매 이력·종교 활동·낙태 시설 방문 기록까지 몇 초 만에 정리해 내는 시연이 있었습니다. 개인정보 문제의 무게가 ‘유출’에서 ‘결합과 추론’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유럽과 미국이 규제를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은 28%로 OECD 평균을 웃돌고, 생성형 AI 활용률은 55.7%입니다. 공공기관 412곳 가운데 65%가 이미 AI 사업을 발주했습니다. 도입 속도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관리 상황은 어떤가요? 원본 개인정보의 AI 학습을 허용하는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됐고,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인허가와 전력계통 평가에 특례를 두었으며, 550조 원짜리 투자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그동안 고위험 AI의 사전 인권영향평가나 사후 감사는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위험 상황을 예방하고 관리하기보다는 오히려 예외를 허용하고 기업의 규제를 풀어주고 있습니다. 답은 언제나 같습니다. 지금은 경제가 어려우니 성장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안전과 윤리, 개인정보 보호는 성장을 미루는 비용이 아니라 성장을 지탱하는 조건입니다. 무엇보다 유럽과 미국이 현재 만들고 있는 규칙은 곧 우리 기업이 그 시장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므로, 같은 수준의 국내 입법을 하는 것이 오히려 국내 기업에게는 예방 주사가 됩니다. 이 인식을 바꾸는 일이 지금 가장 시급합니다.
이번 호에는 두 편의 글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글 「피지컬 AI의 주인은 누구인가」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한 축인 피지컬 AI를 들여다봅니다. 로봇이 일하고 사람은 기본소득을 받는다는 약속이 어떤 조건에서 가능한지, 현대차 노조의 파업과 울산의 하청 구조를 따라가며 묻습니다.
두 번째 글 「도구는 ‘그저 도구’일 수 없다」는 기술이 중립적이라는 흔한 말에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특히 AI에 관한 논의에서 AI는 단순히 도구로만 인식될 수 없습니다. 하이데거의 철학을 함께 살펴보며 AI라는 도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두 글 모두 결국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결정하는 자리에 시민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읽어 보시고 여러분의 생각도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월에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