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reen Geek 구독자 여러분.
지난달, 전 세계가 한 편의 문서를 주목했습니다. 교황 레오 14세가 즉위 후 처음으로 발표한 회칙
Magnifica Humanitas입니다. 교황의 첫 회칙은 그 자체로 재위 기간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상징적인 문서인데, 레오 14세는 그 첫 화두로 인공지능을 꺼내 들었습니다.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인류가 인간의 존엄과 진리, 자유, 민주주의, 그리고 공동선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종교 지도자의 메시지를 넘어, 기술이 인간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를 묻는 이 질문은 종교계 안팎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레오14세 개인의 이례적인 행보가 아닙니다. 카톨릭 내에서는 여러 수도자와 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AI윤리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2019년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은 AI윤리로 조예가 깊었던 파올로 베난티(Paolo Benanti) 사제를 AI윤리 고문으로 임명했고, 2020년 교황청은
「Rome Call for AI Ethics」를 발표하며, 투명성, 포용성, 책임성, 공정성, 신뢰성, 개인정보 보호라는 여섯 가지 원칙을 전세계에 제안합니다. 여기에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같은 글로벌 빅테크까지 나란히 서명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약속들은 과연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요? AI 기업들은 여전히 개인정보 침해와 편향, 독점, 노동 착취, 군사 활용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선언과 원칙은 존재하지만, 이를 강제할 제도와 법이 그 자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일은 국제사회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9년 OECD는 인공지능에 관한 최초의 정부 간 국제 원칙인 'OECD AI 원칙'을 발표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40여 개국이 여기에 동참하며 인간 중심성, 투명성, 안전성, 책임성,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습니다.
Green Geek에서도 이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최근 제정된
대한민국의 AI 기본법은 이 기준에 못 미칩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강제성의 부재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안전과 윤리, 개인정보 보호와 사회적 책임은 추가 비용입니다. 자본의 논리만으로는 이러한 가치들이 우선 순위로 올라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합니다. AI가 앞으로 교육과 의료, 금융, 행정, 노동, 군사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 것이 분명한 만큼, 시민의 안전과 권리,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려면 강제성을 가진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Green Geek은 이러한 인식 하에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다양한 이슈에 대한 논의를 전하고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두 편의 글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글에서는 ICLR 2026의 《AI for Peace》 워크숍에서 발표된 「연루된 과학자(The Implicated Scientist)」 논문을 소개합니다. AI 연구자와 기술 기업, 그리고 군사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짚으며, 과학기술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두 번째 글에서는 전쟁과 에너지 위기, 그리고 우리 집 난방비를 하나의 선으로 잇습니다. 재생에너지와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폐열 활용이라는 주제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기술 정책이 어떻게 서로 맞물려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지구 반대편의 전쟁이 우리의 난방비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기술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끝으로 녹색당 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
《Climate in Therapy》 온라인 상영회와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선 과학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무력감, 그리고 희망을 담은 작품입니다.
우선 사전 신청을 받고자 합니다. 인원이 모이면 신청해주신 분들께 온라인 상영 주소를 안내드리고, 관람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6월에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